며칠 전 "새벽부터 황혼까지 - 스웨덴 국립미술관 컬렉션" 전시에 다녀왔다. 매번 전시에 갈 때마다 오디오 가이드로만 관람했는데 이번엔 시간이 맞아서 도슨트와 함께했다. 1시간가량 걸렸고 섹션에 맞는 적절한 설명과 이 전시의 주제인 새벽부터 황혼까지의 의미를 알 수 있어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기억에 남는 전시였다.
무엇보다 티켓이 예뻐서 시작부터 기분이 좋았다.
유리문 너머로 보였던 이번 전시 주제와 들어가자마자 보였던 설명들!
북유럽은 날씨의 영향으로 흐린날이 대분이고 극야도 있기 때문에 하늘이 전체적으로 흐리거나 어둡다고 한다. 사진에 다 담기진 않지만 그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 시대는 사실적으로 그리는 화풍이 유행이라 동물들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리려 했단다. 여우가 사냥하는 장면, 고양이가 새를 잡는 장면 등. 첫 번째 사진의 그림은 생각했던 것보다 커서 그 느낌이 더 잘 전달되었다. 그나저나 저 시대에도 고양이는 사랑...☆
19세기 드물었던 여성화가들의 활약을 엿볼 수 있었던 섹션!
위 그림은 빛을 표현한 대표적인 그림이었는데 그 시대에는 저런 표현이 어색해서 혹평이 많았다고 한다. 식탁보의 얼룩덜룩한(사실은 빛이 투과된 모습) 표현이라던지, 의자 위의 파란색 등 그림자가 알록달록하게 표현된 것 모두 새로운 형태의 그림이었다고... 특히 이 그림이 마음에 들었던 건 나뭇잎 사이로 들어오는 빛을 투명하게 표현하고 식탁 위 식기들의 반짝임 등이 너무 예뻤다.
전시를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이었다. 사진은 작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큰 그림이고, 그림에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하늘과 설산과 검푸른 바다의 콜라보. 그리고 유화를 계속해서 덧대어 표현한 질감이 너무 멋졌다. 실제로 한국인들이 이런 질감을 좋아해서 인기가 많다고...ㅎㅎㅎ
이 그림은 안나 보베르크가 여행하며 로포텐에서 그린 그림이라는데 이곳은 북극에 가까운 지역이라고 한다. 작가는 너무 추워서 온몸에 털옷을 두르고 그렸다고(전시장 마지막에 사진도 있음)ㅎㅎ 그림에 대한 그녀의 열정이 대단하다. 무엇보다 남편도 그녀의 그림을 위해 오래도록 머물게 했다는 점이 19세기에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웨덴에서 유명한 작가인 칼라르손 작품도 몇 점 있었다. 특히 수채화도 볼 수 있어서 인상깊었다. 수채화는 작품 보존을 위해 다른 곳의 조명보다 조도가 낮게 전시되어 있었다. 수채화 특유의 투명함을 느낄 수 있는 그림이어서 아름다웠다. 그리고 이 옆에 칼 라르손의 가족이 촬영된 영상도 계속 나오고 있어서 신기했다~
위 그림은 도둑 맞았다가 되돌아온 그림이라고...! 오른쪽 하단에 서명을 지워버린 흔적이 있지만 실제로 막 티가 나진 않았다ㅎㅎ
아이들 모습의 그림이 유난히 많았던 섹션.
이 그림도 실제로는 매우 큰데 머리카락의 표현이 진짜 말도 못 하게 섬세했다. 어떻게 유화로 이렇게 한 올 한 올 표현할 수 있었는지 놀라울 뿐..! 게다가 이 작가는 그림을 전공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대단한 사람...
이 그림은 그냥 분위기가 좋아서...!ㅎㅎ
마지막 나가기 전 스웨덴 국립미술관 영상을 관람할 수 있고 북유럽의 지도와 함께 전시된 작품들이 어디에서 그려졌는지 표시되어 있다. 시대별로도 짤막하게 표기되어 있는데 한눈에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물론 오디오가이드도 좋지만, 시간이 맞다면 도슨트를 정말 추천한다! 이 전시를 어떤 관점으로 관람해야 하는지, 무슨 에피소드가 있었는지 등을 알 수 있어서 정말 알찬 시간이었다.
MD도 이것저것 종류가 많아서 구매하고 싶었는데 가장 마음에 들었던 안나 보베르크의 작품은 없어서 너무너무 아쉬웠다~ 다른 그림의 엽서만 몇 장 건져옴.